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숲, 노래하다
한참사랑
2018. 8. 23. 10:00
숲, 노래하다
산기슭
숲은 어둠에 잠겨 고요한데
산길을 비추는 가로등만이
호젓이 서 있다
오로지 나만 움직인다
나는 홀로 춤을 춘다
나는 살아있다
다른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즈넉이 나를 지켜본다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이 튼다
가로등이 갑자기 꺼졌다
산이 깨어난다
온갖 새와 풀벌레들이
하나둘 노래하기 시작했다
합창이고 떼창이다
장엄한 합주이고 교향악이다
나는 그들과 어우러졌다
나는 자연의 일부분이었다가
이내 하나가 된다
내가 바로 자연이었다
내가 곧 우주였다
- 2018. 8. 22. 물날. 새벽에 청명산 기슭
숲속 벤치에서 처음 짓고(05:55), 하산길에 깁고 더하였다가(06:56),
우리 집 내 방에서 다시 고치고 정서하다(09:12).
하루를 묵힌 뒤 8. 23. 나무날. 아침 산책에서 돌아와 타자하면서
다시 고치고 깁고 더하다(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