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동아> 인터뷰 기사(1997년 3월호))
UFO를 쫓아 다니는 ‘수상한 남자’ 안홍균
“<인디펜던스 데이>는 영화 이야기가 아닙니다” |
귀를 찢는듯한 음악소리, 사이키델릭한 조명, 마치 미라처럼 괴이한 형체들이 유리관 안에 전시돼 있고…. 조금 묘한 분위기인데도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즐겁기만 하다. 초등학생 꼬마부터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들이 섞여 북적대는 이 특이한 전시회의 이름은 ‘현실로 다가오는 UFO와 외계문명전’.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초까지 동대문 거평프레야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크게 인기를 끌어 서울 전시가 끝난 뒤 부산 대구 등 지방을 돌며 전시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열린 최초의 UFO(Unidentified Flying Object, 미확인 비행물체) 관련 전시회였던 이 ‘외계문명전’을 주도적으로 기 획한 주인공은 안홍균씨(42). 90년 한국UFO연구협회를 조직하는 데 앞장섰던 그는 현재 이 협회의 편집부장으로 회보와 책자 등을 발간하는 일 을 맡고 있다.
“이번 전시는 어린이를 위해 볼거리를 많이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과장된 부분도 좀 있었어요.”
외계인 밀랍 인형과 각국에서 찍은 UFO 사진들을 비롯하여 UFO와 외계인주택 모형, 우주시대의 전자무기, 초대형 전파수신 안테나, 외계로봇, 첨단 UFO 시뮬레이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볼거리’가 많았다. 이런 자료들은 후원단체인 한국UFO연구협회와 이 일을 주관한 이벤트사에서 마련한 것이긴 하지만 안씨가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해설하는 일을 맡았다.
이번 전시 자료 중에는 미국 뉴멕시코 주의 로스웰시에 떨어졌다는 UFO를 소개한 ‘로스웰관’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로스웰에 추락한 UFO 잔해와 외계인들의 사체는 미공군에 의해 수습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이 로스웰관에서는 외계인 해부 장면과 로스웰사건을 다룬 영화도 상영했 다. 한국UFO연구협회에서는 미국 로스웰에 직접 가서 로스웰 시장도 만나고 당시 UFO의 잔해 등 관련자료를 구해 왔다.
“원래는 이번 행사 중에 국제 심포지엄도 열 예정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UFO 학술회의를 열어보고자 노력했는데 주최측의 사정으로 취 소되어 아쉬워요.”
UFO를 황당한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진지한 학문 주제로 잡아 연구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이 심포지엄을 직접 기획했는데 무산된 게 못 내 아쉬운 눈치다. 결국 심포지엄 대신에 미국 UF0 연구가 안토니오 우니우스와 스탠턴 프리드맨 두 사람의 강연으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제가 그 두 학자에게 ‘알콜릭’(알코올중독자)이 아니라 ‘유폴릭’(UFO중독자)이라고 했더니 막 웃더군요. 저는 UFO의 존재를 조금치도 의 심하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 UFO를 직접 목격, 관심 가져
그의 유폴릭 경력은 26년 전인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UFO를 목격했는데 1970년 6월 초라고 그는 기억하고 있다.
“체육시간에 맨손체조를 하다 우연히 학교 운동장 맞은편 산쪽으로 눈길이 갔어요. 구름 한점 없는 날씨였는데 상공에 은빛물체가 나타났어요. 저게 뭔가 싶어 바라보았는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했습니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그 UFO는 접시형이었다고 한다. 이미 UFO에 대해서는 중학교 소년다운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이지만 이 사 건 이후론 본격적으로 UFO 마니아가 되었다. UFO 사진과 책, 비디오 등을 모으기 시작했고 외계문명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UFO 출현은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UFO 소동은 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됐지만 출현 기록은 그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갖고 있어요. 고대 문헌 등을 보면 UFO로 보이는 물체에 대한 기록이나 그림이 많이 나옵니다. 어쩌면 인류와 문명의 기원에 개입했는지도 모르지요.”
인류의 조상이 만약 먼 별에서 온 생명체라면 우리가 바로 외계인의 후손이라는 말이 되는데 조금 황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진지하게 이 주장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다.
“설혹 지구상의 첫 생명체가 지구 자체의 산물이라고 양보해도 적어도 인류 진화에는 외계문명이 개입했다고 봅니다. 인간의 진화과정 중 현생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수만년 공존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보세요. 진화 정도가 완전히 다른 인류의 공존말입니다.”
실제로 최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지질연대학 전문가와 인류학자가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에는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사피엔스(현생 인류),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이 수백 세대에 걸쳐 공존했다는 학설을 제기하고 있다(UFO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계인의 종류도 아주 많다고 한다. 지구상에 와 있는 외계인은 8개 종족이며 인류와 가장 흡사한 종족은 플리아데스인이다).
“또 어느 나라 신화에나 하느님의 아들과 사람 딸의 결합이라는 모티프가 등장해요. 환웅과 웅녀의 결합도 그렇구요. 신화적인 이야기이긴 하지 만 구약이나 신약에 나오는 천사의 출현이나 영적인 지도자가 나타날 때 하늘과 별의 독특한 움직임 등등의 현상은 단순한 자연현상과는 다른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오늘날 UFO가 새삼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우리의 정체성(그러니까 인류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에 관한 질문이며, 기존 종교나 질서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이제는 UFO의 존재를 전적으로 거부하기는 힘들 거라고 봅니다. 너무나 많은 증거와 목격자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UFO가 우리의 과학 수 준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는 존재라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물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진지하게 연구를 해봐야 할 때가 아닐까 요.”
그는 일부 UFO 마니아들이 외계인을 마치 구세주처럼 생각하고 외계문명을 동경한다든지 신도, 영혼도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염려를 하는 편이다. 대신 UFO를 좀더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UFO에 대한 환상적인 이미지를 벗기고 어쩌면, 가능하다면 외계에서 우리 인류에게 들려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자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그를 포함하여 UFO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소 ‘정신적인’ 성향을 보이는 게 사실이 다.
안씨 자신은 가톨릭 집안 출신으로 군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던 경험으로 정신적인 세계에 더욱 골몰했던 사람이다. 건국대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그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편사연구사로 7년을 근무했고 한때 예수회 소속 수련수사로 지낸 적도 있다. 그후 한국교회사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이 름 그대로 정신적인 문제를 다루는 책만 펴내는 출판사 ‘정신세계사’의 편집장과 기획실장으로 4년 가까이 근무했다.
“정신적인 편력과 방황이 많았죠. 종교와 신비한 정신세계를 거쳐 오다보니 UFO까지 오게 되었어요. 종교에 대해서는 종파를 초월한 입장입니 다만 가끔 성당에 나가기도 해요.”
여러 출판사의 편집주간을 거친 그는 이제는 자신의 출판 기획사무실을 차려놓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그가 열과 성을 다하여 만들어내는 책 은 역시 UFO 관련서다. 국내 최초의 UFO입문서로 꼽히는 <한국상공의 UFO>를 비롯하여 등 6~7권을 기획 출판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UFO 사진 소장처인 ‘UFO아카이브’사와 계약, UFO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UFO 연구와 출판은 한층 더 활발해질 텐데 틀림없이 사진 자료와 저작권 문제가 대두될 거예요. 그래서 한국UFO연구협회와 함께 사 진자료실을 만들어 운영하는 ‘UFO사업’도 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그는 올해 UFO 사진 달력을 제작하기도 했다.
미래에, 우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
그럼 우리는 UFO나 외계인과 어떻게 접촉할 수 있을까. 그의 경험처럼 단순한 목격에서부터 화상을 입는 것과 같은 흔적을 남길 수도 있고 스 위스의 빌리 마이어 같은 인물처럼 직접 만나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혹은 납치되어 갈 수도 있고 텔레파시나 송수신기로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고.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인디펜던스 데이><클로스 인카운터><코쿤> 등의 영화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빌리 마이어가 받은 메시지는 인류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경고로 가득합니다. 인구폭발, 생태계의 위기, 환경오염, 정신적인 황폐화, 물질문명 과 정신문화의 부조화 등이 거론되었더군요. 귀담아 들을 만하지 않습니까?”
물론 외계인 가운데는 인류에 대해 호의적인 쪽도 있으나 <인디펜던스 데이>에 등장하는 것처럼 적대적인 쪽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외 계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큼이나 외계인들도 지구와 인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그들은 늘 우리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매년 3천대 이상의 UFO가 이 지구를 방문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저 지켜보고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지 만 인류가 지구의 일을 제대로 해나가지 못한다면 그들이 직접 개입할지도 모르지요.”
그러고 보면 외계인에 대한 관심은 우리들 자신, 이 지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UFO에 관한 시선 집중 현상은 또 하 나의 세기말적 증상일까? 왜 평온한 우리의 일상과는 아무 상관없는 미확인 비행물체에다 관심을 쏟아야 하는지.
“UFO 출현으로 인해 어쩌면 그런 평온함이 깨질 수도 있어요. 기존의 종교와 인간관, 세계관 등은 크게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신념 체계와 사 회질서 전체가 뒤바뀌는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저는 미래와 우주를 향해 열린 마음을 갖자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그렇게 유연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 일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충격과 혼란을 더 심하게 겪게될 테니까요. UFO는 인류의 과거 현 재 미래와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