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저 건물 지하에 간첩이 숨어있는 것 같아. 우리가 찾아내서 경찰에 신고하자구”
친구가 나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반공 방첩이라는 구호 아래 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표어가 난무하던 시절,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불안에 떨지말고 자수하여 광명찾자라는 반공 포스터 밑에는 포상금 1백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선생님 월급이 7천원선에서 책정되던 시대였다.
우리의 늠름한 친구들, 3명으로 급조된 간첩 수사대 일행은 학교 공부가 끝나기가 무섭게
그 간첩단 건물을 감시하느라 1시간씩 주변에서 맴돌며 용의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서대문 공화당 한의원의 삼각형 뒷길에 위치한 취영루 만두가게 지하가 우리의 목표물이었다.
한달 두달... 간첩은 그러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우리는 그만 지치고 기진하였으니
꿈은 사라지고 ---. 흑흑흑....
1백만원 포상금을 비웃듯 간첩일당은 결국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시의 3인방은 바로 돈키호테 안홍균, 만화가 박명신 그리고 본인 김준하였다.
서대문 금화국민학교 시절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우연히 모두 함께 한성중학교에 배정받게 되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당시의 꿈도 미확인 비행체(UFO)처럼 남아서 지금까지 우리의 뇌리를 맴돌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런던 상공에 뜬 UFO가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고
또한 남미의 파나마 지역에서 발견된 일명 '파나마 괴물'과
지난해 미국 롱아일랜드 몬탁 해변에서 발견된 비행물체 등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UFO는 미국의 숨겨진 비밀무기라는 설도 있고 혹자는 카터 전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미국 정부기관에서
그 정보를 국가안보라는 명목하에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미확인 비행물체의 '진실'에 관한 정보를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개해야 한다는 운동도 펼쳐진 바 있다.
어찌 보면 우리네 인생도 보이지 않는 미확인물체와의 끊임없는 싸움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내부에서 혹은 외부로부터 우리는 많은 정신적 물질적 공격을 받으며 이를 헤쳐나가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
미국경제도 금융위기라는 전대미문의 괴물과 치열한 한판의 전쟁을 벌이는 중이며
신종플루도 알고보면 미확인 바이러스의 일종이 아닌가.
주변의 모든 것이 투명하게 확인되고 선명하게 밝혀지는 세상이 온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겠냐마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을까.
오늘 문득 나는 오랜 추억의 마당 한편에서
문학소년 안홍균의 이제는 수척해진 얼굴과 어깨 축 늘어진 뒷모습을 본다.
독서광이었던 그. 학창시절 우렁찬 함성과 당당한 언변과 호탕한 웃음은 간곳 없다.
열심히 사회에 적응하려 부지런히 활동은 하지만 냉혹한 현실이 그에게 돈을 퍼줄리 없다.
UFO 연구에 매달린지 벌써 몇해던가.
사람들은 그를 비웃고 세상은 그를 조롱하고 있다.
그는 우리시대가 낳은 영원한 Out sider 인지 모른다.
그의 선택은 우울증일 수 밖에 없는가.
UFO에 대한 신뢰와 상실감이 그를 극심한 우울증 환자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나는 아스라히 먼 옛날 간첩찾던 동심으로 돌아가 기도한다.
친구 안홍균을 위해 기도 올린다.
"UFO여 그렇게 간첩처럼 숨어있지 마시고 차라리 당당히 나타나시라.
환하게 불밝혀 당신의 정체를 드러낸 채 이 땅에 나타나시라."
그렇게 기도한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UFO를 위해 살아온 안홍균의 50여년 인생이 헛되지 않도록 하며
그가 우울증의 병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의 빛을 받아 사회에 다시 설 수 있기를 간구한다.
금화산 중턱 높은 곳, 꽃피고 새울던 그의 집 앞마당에 우리가 뛰어놀았듯
그의 가정에도 한줄기 빛이 들도록
든든한 가장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도와 주소서 라고 말이다.
간첩은 끝내 나타나지 아니하였지만
우리 친구의 꿈인
근사한 비행접시는 꼭 나타나기를
우리네 인생이 저물기 전에
금화산 뒷산에 꼭 한번 떠 오르기를...
주석 : 참고로 안홍균은 오래전부터 한국 UFO 연구협회 부회장으로 등재되어 있던데
최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
'알림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0) | 2010.02.12 |
---|---|
[스크랩] 5주년 블로그 생활기록부 (0) | 2010.02.12 |
등업을 부탁드립니다... (0) | 2009.02.09 |
가입 인사를 드립니다 (0) | 2009.02.05 |
친구들 모두 설 명절을 잘 쇠고... (0) | 2009.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