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겨울이 왔다 낙엽이 다 지기도 전에 눈꽃이 피었다 하늘에선 비로 내리더니 땅에 가까워지자 어느새 눈이 되었다 아직 덜 차가워진 땅은 눈을 안지 않고 녹여버렸다 하지만 이내 체념한 듯 눈을 품에 안고 하얀 꽃을 피워 내었다 아름답다 자연에 순응한 모든..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8.11.27
이제서야 알겠다 이제서야 알겠다 이제서야 알겠다 효자손으로 등을 긁으며 "늙으면 피가 삭아서 그런다"라시던 어머니의 성가심과 괴로움을 어느새 이 방 저 방에 놓인 효자손을 자주 찾는 자신을 보며 알았다 이제서야 알겠다 출가를 앞둔 딸내미를 바라보는 애비의 심리와 그 심정을 지난 주말 딸년이..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8.10.12
숲, 노래하다 숲, 노래하다 산기슭 숲은 어둠에 잠겨 고요한데 산길을 비추는 가로등만이 호젓이 서 있다 오로지 나만 움직인다 나는 홀로 춤을 춘다 나는 살아있다 다른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즈넉이 나를 지켜본다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기 시작했다 동이 튼다 가로등이 갑자기 꺼졌다 산이 깨어난..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8.08.23
내 마음은 돌이다 내 마음은 돌이다 누구는 말했다. "내 마음은 돌이 아니다"라고. 한데 내 마음은 주기적으로 그것도 오랜동안 돌이 되고 바람이 되고 물이 되곤 한다. 차라리 나무가 되고 풀이 되며 짐승이 되고 벌레라도 되면 좋겠건만 생명을 길러내는 흙이라도 되면 좋으련만 별빛이 쏟아지는 사막의 ..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2.09.27
별 별 별이 내게로 왔다 밤 하늘, 바다, 심연에서 빛나던 보석들이 내 눈으로, 머리 위로, 가슴으로 들어와, 쏟아져, 씻어 내려 품에 안겼다 내가 별이 되고 별이 내가 되었다 별이 빛나는 밤을 사랑하는 나그네는 그렇게 우주가 되었다 - 2012. 2. 27. 새벽, 충남 공주 태화산 수련원 앞마당에서 ..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2.03.14
고독 고독 이제는 외로워도 괴롭지 않네 쓸쓸해도허전하지 않네 도리어 외로워서 편안하며 쓸쓸해서 한가롭네 본디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로 돌아오는 법임을 깨달아 스스로 평화롭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알게 되었으니 이제는 누구를 기다리지도 무엇을 바라지도 않네 ..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1.10.29
하늘 땅 나 하늘 땅 나 하늘[天] 땅[地]의 마음이 내 마음이요 하늘 땅의 기운이 내 기운이며 하늘 땅이 곧 나 스스로임이라 하늘 땅의 마음과 통하고 하늘 땅의 뜻을 따르며 하늘 땅의 길을 걸으니 사람 마음과 통하고 사람 도리를 따르며 사람답게 사는 길을 걸음이라 무슨 일이든지 억지로 하지 않고 나 스스로..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1.03.09
어머니 2 어머니 2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무리 소리쳐 자꾸 불러 보아도 대답은 없이 메아리만 돌아와 그리움이 더욱더 깊어지는 어머니,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이내 당신 뒤를 따르겠노라던 제가 또 다시 큰 불효를 저지르지 않으려 마음을 고쳐 먹고 다시금 열심히 살아보리라, 다짐한 지 불과 몇 달 ..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1.01.11
나의 일상 나의 일상 뜻은 하늘 높은 데 닿아 있고 슬기는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며 알음알이는 땅 속까지 이르렀으되 아직 시절 인연이 도래하지 아니하였도다 하기사 이렇다 내세울 성취도 모자르고 다행히 알아 보는 이도 없으니 그저 고적한 우거에 은퇴하여 이따금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고 사색 궁리하며 ..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0.12.09
살기 어려운 인생, 쉽게 쓰는 시 2 서울 인왕산 아래 영천에서 태어나 산수지간*에서 살기를 어언 쉰여섯 해 돌이켜 보니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아 한바탕 꿈이요 구름처럼 덧없이 흘러온 세월이었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무탈하게 산다고 하면 남은 세월이 스물다섯 해에서 서른 해인데 서둘러 이 세상을 뜨고 저승으.. 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2010.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