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왕산 아래
영천에서 태어나
산수지간*에서 살기를
어언 쉰여섯 해
돌이켜 보니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아
한바탕 꿈이요
구름처럼 덧없이
흘러온 세월이었네
늘어난 평균수명으로
무탈하게 산다고 하면
남은 세월이
스물다섯 해에서 서른 해인데
서둘러 이 세상을 뜨고
저승으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보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그 세월이
더없이 소중해지네
자고로 인생칠십고래희라 했거늘
그보다 열 해나 더 산다면
그만한 값어치를 하고서야
일생이 헛되지 않을 터이니
숱하게 되풀이해 온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보노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지 않게 살리라
땅을 굽어 보아 한 점
죄스럽지 않게 살리라
둘러 보아 이웃에게
미안하지 않게 살리라
*산수지간; 일산과 수원 사이
2010. 5. 30. 해날. 저녁 06:54 영등포역발 수원행 열차 안에서 쓰기 시작하여
07:05 안양역에 당도할 때쯤 마치고
6. 2. 물날. 한밤중 02:41에 깁고 더하며 타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