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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인 미디어 시대의 허상

한참사랑 2012. 1. 5. 23:52

블로그의 등장과 더불어 미디어의 가장 변화라면 혼자 쓰고 편집하고 발행하는 ‘1 미디어 가능해졌다는 점일 것이다. 여기에 애플의 스마트 기기들, 아마존의 킨들 등이 대량으로 보급되면서 전자책이 보편화 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1 출판사를 만들어 전자책을 발행할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이런 흐름에 따라서 많은 1 출판사, 1 미디어가 등장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1 미디어에 대해 많이 오해하고 있다.

혹자는 기존의 출판이라는 행위가 너무나도 장벽이 높고 쉽게 시스템을 이용할 없었기 때문에 유효한 정보들이 출판되지 못하고 묻혀 버리는 사례가 많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1 미디어 시대는 그러한 정보 발행의 사각을 없애고, 출판의 형식을 종이를 이용한 매체에서 전자화된 다양한 매체로 확대시켰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것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왜냐면 지금의 1 미디어에는 편집이라는 과정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일하던 잡지 편집부의 경우 하나의 기사를 책에 넣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작업을 거쳤다.

 

아이템 기획 취재 조사 초고 작성 1 교정(기사의 내용 정리) 원고 수정 2 교정(문맥의 정리) 원고 수정 3 교정(맞춤법 교정) 원고 수정 DTP작업 대지 출력 대지 교정 1 교정 원고 수정 대지 2 교정 원고 수정 필름 출력 필름 교정 최종 수정 인쇄

 

하나의 원고가 나오기 위해서 교정만 6차례를 거치게 된다. 과정에서 5 정도가 원고를 보게 된다. 하나의 기사가 나오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물론 원고 작성 단계에서 취재원을 통한 사실 확인이나 각종 사전 수집 정보를 정리하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것은 잡지이기 때문이고, 단행본의 경우 많은 검증 작업을 거치게 되며, 논문이나 학술적인 내용이라면 복잡한 검증 작업을 거치게 것이다. 보통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텍스트가 완성된다.

하지만 작금의 1 미디어는 대게 대부분의 과정이 생략된다. 1 미디어의 텍스트 작성 과정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템 기획 취재 조사 원고 작성 발행

 

그냥 이것 뿐이다. 중간의 검증 과정이 모조리 생략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작성할 있지만 만큼 텍스트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작성자가 이미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프로라면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있겠지만, 짜여진 시스템 안에서 나오는 텍스트에 비해서는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신뢰도의 저하, 검증 과정의 생략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독자와의 실시간 피드백, 덧글(커멘트)이다. 커멘트는 발행된 텍스트를 불특정 다수가 검증하여 결과적으로 텍스트의 완성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시스템이 해주던 작업을 독자들과의 소통이 대신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에 있는 덧글은 악플을 위한 것도 아니고, 싸움을 하기 위한 것도 아니며, 성인 사이트 광고를 위한 것도 아니다. 피드백을 통해 하나의 컨텐츠를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 가자는 보완 장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런 소통의 장치를 오히려 소통을 막아버리는 장치로서 사용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1 미디어가 실패하게 원인 중에는 이것이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소통의 가능성마저도 배제하는 형태로 정보 유통 방식은 바뀌어 가고 있다. 이른바 정보의 공유, 퍼가기 공식적인 시스템에 편입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텍스트 원문에 대한 피드백이 해당 텍스트가 발행된 장소가 아닌 전혀 별개의 장소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피드백은 있지만 원문의 발행자는 쉽게 피드백을 확인할 없는, 확인하더라도 피드백이 발생한 장소가 독자 개개인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추가 조치를 하기가 힘들어진 것이다. 페이스북의 링크 공유 방식을 떠올려보면 어떤 것인지 쉽게 답을 찾을 있을 것이다. 이런 방식은 사실 한국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행위였다. 포털 사이트의 퍼가기버튼 뿐만 아니라, 아예 기사를 긁어서 자기 공간에 재게재하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정상적인 피드백을 방해하는 행위들은 공공연하게 자행되었다.

기술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컨텐츠의 수용 대상인 독자들 전체의 공감대와 위기의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 위기의식을 갖는 독자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면 그러한 위기가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언론은 사회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라는 카테고리에 얽메여서 많은 이들이 언론의 역할을 정치에 한정지어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 사라져버린 컴퓨터 정보지나 게임 잡지, 음악 잡지, 영화 잡지 등도 그러한 언론의 역할을 확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노트북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충분히 정제되고 정리되어 있는 제품 리뷰 기사가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있다. 지금 현재 절대적인 힘을 가진 바이럴은 오히려 잡지 시절의 광고주가 행사하던 영향력보다 강하게 기업의 지배를 받고 있다. 편집부에게는 편집부의 편집 방향과 의지가 존재하지만 바이럴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얼마든지 자본만 투입하면 거짓된 바이럴을 만들어 있다. 이것이 너무 심해지면 마이웨이 사태와 같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만, 눈에 띄지 않게만 한다면 얼마든지 입소문을 편향되게 조작할 있는 것이다. 물론 1 미디어인 블로그를 편향되게 만드는 따위는 매우 간단하다. 일본인들은 아직도 입소문보다 잡지에 게재된 전문가의 리뷰를 신뢰할까?(2010년의 NTT에서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제품 구매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요소 58% 리뷰 꼽았다) 그것은 리뷰어의 전문성을 믿기 때문이다. 권위 있는 매체의 전문 필자의 전문성을 신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신뢰도 높은 정보의 생산을 유지시키는 원동력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것이 어느 순간부터 소실되어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한국 사회에서 포털 사이트가 저지른 과오는 매우 크다.

포털 사이트들은 정보의 가치를 모두 0원으로 평준화 시켰고, 정보의 주요도를 TOP페이지 속의 타임라인으로 줄세워 버렸다. 독자들은 그때부터 던져주는 정보만 받아 먹는 닭장 속의 닭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대항에 수많은 대안 미디어가 등장했지만, 대안 미디어들은 오히려 이런 현상을 강하게 부추기기만 했다. 말은 얼마나 멋진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


캐치프레이즈와 그것의 취지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독자를 기존 전문 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게 아니라, 전문 필자들의 가치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이제 기자는 그저 까이는 대상일 뿐이다.


지식에 대한(그것이 어떤 분야이건 간에) 코어한 정보를 생산해 있는 사람들의 인력 풀은 지극히 빈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앞서 말한 문제들로 인해서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전혀 성장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퇴화를 거듭해 많은 이들이 판을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판에서 버티는 사람들과 어떠한 형태로든 정치적 성향을 띄고 있는 사람들 뿐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은 독자들 스스로가 만들어 것이다. 기사들이 허접해졌겠는가?

출처 : 아까짱 블로그
글쓴이 : 김상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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