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꽃피는 뜰(자작시 모음)

옛집을 돌아보고 나서

한참사랑 2018. 9. 16. 16:07


옛집을 돌아보고 나서

 

열두 해 만에

예전에 살던 집에 와보니

집은 그대로인데

사는 사람은 바뀌었고

나무들은 훌쩍 자랐으며

가로수 길은 우거져

마치 숲길을 걷는 듯하다

 

한 번 떠난 곳을 다시 돌아보기도

흔치 않은 일이려니와

더군다나 되돌아와 산다는 것은

꿈속에서도 생각지 못 한 일이라

어쩐지 쓸쓸한 마음

아리송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하늘조차 잔뜩 흐리고

어둑어둑한 저녁

지금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는

가로등이 여전한 모습으로 서있고

그 아래로

내 그림자만이 길게 드리워졌다

 

- 2018. 9. 11. 저녁, 12년 전 수원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살았던

일산 아파트를 가보고 귀가하는 길에 주엽역 햄버거 가게에서 초고 를 쓰고, 9. 14. 한밤중에 타자하면서 깁고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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