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을 돌아보고 나서
열두 해 만에
예전에 살던 집에 와보니
집은 그대로인데
사는 사람은 바뀌었고
나무들은 훌쩍 자랐으며
가로수 길은 우거져
마치 숲길을 걷는 듯하다
한 번 떠난 곳을 다시 돌아보기도
흔치 않은 일이려니와
더군다나 되돌아와 산다는 것은
꿈속에서도 생각지 못 한 일이라
어쩐지 쓸쓸한 마음
아리송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하늘조차 잔뜩 흐리고
어둑어둑한 저녁
지금 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가에는
가로등이 여전한 모습으로 서있고
그 아래로
내 그림자만이 길게 드리워졌다
- 2018. 9. 11. 저녁, 12년 전 수원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살았던
일산 아파트를 가보고 귀가하는 길에 주엽역 햄버거 가게에서 초고 를 쓰고, 9. 14. 한밤중에 타자하면서 깁고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