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등은 인간의 법이 정하는 최선이다.
하지만 불의가 없는 아름다운 세상은 법제도보다는
사람들의 자비심과 사랑으로 가능할 것이다.
사랑은 복종하는 마음이 없으면 불가능하고,
자비는 용서하는 마음이 없으면 나오지 않는다.
사랑은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완전한 주의집중이다.
그래서 오만한 자는 결코 사랑에 빠질 수 없다.
마치 두 무릎을 꿇고 신을 경배하듯 자신을 낮춰야만
사랑이 가능하고, 이렇게 자신을 낮추면 누구나 타인을 용서하고
자비를 베풀 수 있게 된다.
사랑과 자비는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진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신에 가까운 특징이다.
세상의 모든 부조리에 역겨움을 느껴 차라리 죽음을 갈망하게 될 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사랑일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인간이 이 먼 우주의 바다를 지표도 없이 표류할 때
저마다의 길을 밝혀주는 하늘의 별과 같은 것이다.
결국은 신을 닮은 가장 아름다운 본성인 사랑으로
우리는 고귀한 존재가 되고,
한낱 먼지 같은 이 세상에서 영원과 불멸이라는
신의 품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은 이 세상의 부조리와 고통을 우리가 견뎌내도록
신이 보내주신 가장 고귀한 것인지 모른다.
박혜영(인하대교수,영문학)
세익스피어 “소네트 시집”서평중에서
(2005.9.23 한겨레 책.지성 섹션)
출처 : 수신제가
글쓴이 : 속알머리없는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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