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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쌩얼열풍에 숨어 있는 심리학 - 동조현상

한참사랑 2006. 8. 4. 13:18
 

예전에 절간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습니다(머 도닦으러 간건 아니니 오해는 마시구요) 그 시절 가장 큰 즐거움은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을 뜯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꽤 많이 오는 편이었는데, 사람들이 꽤 왔다 싶으면 저를 비롯한 몇 명이 작당을 해서 다음과 같은 작업을 시작합니다. 절간 한켠에 샘터가 있는데 이곳에 미리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이 온다 싶으면 동전을 그곳에 넣는 시늉을 하는 겁니다. 그럼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너도나도 동전을 던지더군요. 물론 저희는 10원짜리 동전만을 사용합니다. 특히 젊은 연인들에게 효과가 높았습니다. 


고된 작업이 끝나고 저녁 으스름이 찾아들 무렵이 되면, 우리들 중 맡형격인 고시 공부하던 형이 이렇게 말합니다. ‘애들아 샘터 청소하자~’ 그리고 저희들은 산을 내려갑니다. 닭백숙 먹으러... 음식값을 백원짜리 동전만으로 치룬다는게 참 멋쩍기도 할텐데, 공짜로 먹는다는 기쁨에 그런 쑥쓰러움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희들이 관광객의 주머니를 뜯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사람들의 동조심리를 이용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사람들은 왜 동조를 하게 되는 것일까요?


동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사람들에게는 타인에게서 호감을 받으려는 욕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절간에서 동전던지를 할때 젊은 연인들에게 성공률이 높았던 이유도 바로 이때문입니다. 특히 시작된지 얼마 안된 연인들은 자기짝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기 때문에 우리의 덫에 걸려들 확률은 더더욱 높죠.


또 요즘 연예인들에게 쌩얼 열풍이 부는 것도 인정받으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동조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쌩얼을 공개하지 않으면 결국 화장발 미인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동조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두 번째 원인은 우리에게는 늘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를 들자면, 우리가 낯선 곳에 출장을 가서 음식점을 고르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됩니다. 우리는 어떤 음식점이 유명한지 또 평판이 좋은 음식점인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때 가장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손님이 북적대는 식당에 들어가는 겁니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패의 위험은 확실히 줄어들죠. 이런 동조현상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은데, 예전엔 식당이나 옷가게 같은 경우 바람잡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동조현상을 이용한 마케팅입니다.



이처럼 동조현상은 정보부족의 어려움을 타개하거나 사람들간 친밀감을 유지하는 등 여러 가지 유익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발견되는 여러 동조현상은 뭔가 찜찜한 맘을 감출 수 없게 합니다. 옷이나 헤어스타일 등등 우리사회에 유행이 한번 시작되면 온 국민이 따라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유행을 따라가지 않으면 오히려 튀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발견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주변에 동화되기 위한 욕구도 매우 강렬하지만, 자신의 정체성 혹은 개성을 유지하려는 욕구 또한 그에 못지 않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주변의 동조압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잃어버리는 상황이 오게 되면 동조압력에 강력하게 저항하죠. 그런데 한국인들의 유행추구는 자신의 개성과 정체감을 상실하려는 것처럼 비춰질 때도 있습니다. 한때 온 국민의 머리색깔을 빨주노초파남보로 물들였던 염색열풍은 외국인들에게 매우 기이하다 못해 정말 이해하기 힘든 모습으로 비춰졌던 것도, 한국인들의 개성과 정체성은어디에 있는가하는 의문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강한 동조현상은 집단으로써의 한국인은 존재하지만, 개개인으로서의 한국인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합니다. 그래서 국민소득 1만불이 결코 적지않은 소득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한국인들이 이다지도 많은가 봅니다. (참고로 엠비시 스페셜이란 다큐프로를 보니,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미국에서 학대받는 여성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남들과 똑같아 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합니까? 때가되면 결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직장을 구해야만 하고. 그리고 매일밤 호기롭게 사표를 던지는 상상을 통해서만 겨우 행복한 꿈을 꾸며 잠드는 한국인들.


삐딱이는 꿈꿉니다. 모든 한국인들이 파랑새가 우리들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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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조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심리학 실험 2가지

 

 


(실험1)

Asch는 한명의 피험자를 다섯명의 다른 가짜 피험자(이들은 피험자라고 소개했으나 사실은 실험자의 조수로서 실험자의 사전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이었다)와 함께 원형테이블에 앉게 했다. 그리고 나서 그들에게 표준자걱적인 수직선 A를 먼저 보여주고, 다음에 길이가 같은 세 개의 수직선 B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수직선 가운데 어떤 선이 먼저 보여준 A의 수직선과 똑같은 것인지 판단하게 하였다. 모두 차례대로 대답하게 하였는데, 실제 피험자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 판단은 아주 분명해서 <나>가 정답이었다.

 

 

 


첫 번째 차례가 된 가짜 피험자가 수직선을 자세히 보더니 <가>가 정답이라고 대답한다. 진짜 피험자는 속으로 깜짝 놀라서 머리를 갸우뚱한다. 다음 차례가 된 가짜 피험자도 역시 <가>가 정답이라고 말하고, 셋째 그리고 넷째 피험자도 이들과 같은 대답을 한다. 진짜 피험자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을 때 갈등을 느끼게 된다. 그는 한참 생각하다가 드디어 자기도 <가>가 정답이라고 마지못해 대답한다.


(실험2)

한 실험실에서 남녀 대학생들에게 10편의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각 만화 영화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평가하게 하였다. 피험자들의 반은 홀로 있는 동안에 이 만화 영화들을 평가하였고, 나머지 반은 여러명의 다른 사람들이 내린 평가를 들은 후에 평가를 내렸다. 이 경우 Asch의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이란 실험자와 미리 공모를 한 “가짜” 피험자들이었다. “가짜” 피험자들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평가한 만화 영화인데도 매우 재미있었다고 평가하였다. 만화 영화를 평가하기에 앞서 모든 피험자들은 개인적인 통제력에 대한 욕구를 측정하기 위해 제작된 질문지 검사를 받았다. 개인적 통제력에 대한 욕구가 높은 사람들은 “가짜” 피험자들의 영향을 덜 받으리라는 것이 이 연구의 가설이었다. 예측했던대로 이 가설은 입증되었다. 즉, “가짜”들의 견해를 듣지 않은 경우에는 통제력 욕구에 관계없이 만화 영화들은 재미 없다고 비슷하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가짜” 피험자들의 영향을 받은 경우 개인적 통제력에 대한 욕구가 낮은 피험자들이 높은 피험자들보다 그 만화 영화들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하였다.

출처 : 삐딱이의 세상 바라기
글쓴이 : 홍경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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