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생각 / 강신표 오늘날 한국사회에서의 큰 화두중 하나가 웰-빙(Well-being)이다. 전통적으로 한국문화에서는 어떤 대상에 짝을 찾아주고 싶어 한다. 처녀 총각에 짝을 찾아주는 일이 큰일이듯. 그렇다면 웰-빙에게는 어떤 짝이 있을까. 웰-다이잉(Well-dying)? 이를 무엇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까. 웰(Well)의 사전적 해석은 형용사, 부사, 감탄사, 명사 다양한 우리말이 대응되고 있다. “잘, 훌륭하게, 완전히, 적당히, 건강하게, 확실히, 만족스러움, 좋음.” 그리고 웰-빙(Well-bing)은 복지, 안녕, 행복, 번영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요즘 시중에서는 웰-빙을 '참삶'이라고 우리말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웰-다이잉(Well-dying)을 '참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이상하다. '참'에 대한 반대어는 '거짓'일 텐데, '거짓 죽음'도 있다는 말인가? 이제 웰-빙이란 말은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데도 별 불편 없이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웰-다이잉 이 그대로 통용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웰-빙은 '행복하고, 즐겁고, 건강한 삶'을 뜻하지만, 웰-다이잉은 죽음에 대해 '행복하고, 즐겁고, 건강한' 형용사를 부친다는 것이 뭔가 이가 맞지 않는 다는 느낌이다. 죽음이란 '불행하고, 슬프고, 건강을 잃은' 생명에게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달리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의 인생의 시작과 끝이 생과 사로 맺어지는 것이라면, 사는 것과 죽는 것이 함께 '행복하고, 즐겁고, 건강한'모습으로 일관할 수는 없을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서로 다르지 않다”(생사일여)라고 했다. 이 말을 풀이하면 '행복하고, 즐겁고, 건강한' 삶이 있다면, 죽음 또한 그러하다는 풀이가 되겠다. 그리고 반대로 죽음이 '불행하고, 슬프고, 건강을 잃은' 생명이라면, 우리의 삶이란 '고통스러운 바다'(苦海)임을 부처님은 깨달은바 말씀하지 않았든가. 그 어느 쪽이든 보기에 따라 다를 뿐이다. 생사를 초탈한다는 말은 이미 죽음을 있는 그대로 맞이한다는 것이 될 것이다. 탐진치의 욕심에서 비롯된 분별심에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기피 하게 되는 것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대면할 수 있다면, 죽음 또한 자연의 순리로 '행복하고, 즐겁고, 건강한'마음으로 맞이하게 되지 않을까. 우리는 일상에서 생사(生死)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생사를 불문하고…' '사생결단하고...' '생사가 걸린..' 사는 것과 죽는 것은 극단의 대조적인 별개의 현상이지만 이를 합친 단어를 일상어로 사용 한다 데는 까닭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문화적 전통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별개의 현상을 하나로 엮어내는 문화문법이 있기 때문이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한국의 전통문화문법을 대대문화문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출처 : 어부림 ( 魚付林 )글쓴이 : 거울 원글보기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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